사문유관상
四門遊觀相
- 괴로움의 실상을 느끼다. -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 괴로움의 실상을 느끼다.
싯달타 태자는 왕궁의 풍요 속에서 총명하고 건강하게 자랐다. 7세가 되자 태자는 학문과 무예를 익히기 시작하여 곧 모든 학문과 무에를 통달하여 더 이상 그를 가르칠 만한 스승이 없게 되었다. 아버지 정반왕은 그를 극진히 생각하여 계절에 따라 생활하도록 궁전을 세 곳(三時殿)이나 지어주는 등 온갖 호사 속에 성장하게 하였다. 그러나 도성 출입만은 언제나 금지시켰다. 태자가 현실세계의 고통을 모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12세 되던 어느 봄날 태자는 부왕과 함께 농경제에 참석하였다. 그때 태자는 농경제에 참가한 농부들의 마르고 고단한 모습과 쟁기를 끄는 소들이 채찍에 맞아 피를 흘리는 것을 보았다. 또한 쟁기가 지나간 흙 속에서 꿈틀거리는 작은 벌레를 새가 날아와 부리로 쪼아먹는 광경을 보았다.
농부는 낡은 옷을 입고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소는 농부의 채찍을 맞으며 힘들게 밭갈이를 하고,
쟁기에 의해 흙 밖으로 나온 벌레는 새들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이처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고 사는 것이 과연 이 세상의 올바른 질서인가?
약육강식의 세상을 직접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싯달타 태자는 염부나무 밑에서 그 고통의 해결을 찾기 위한 깊은 명상에 잠겼다. 이 때 태자는 초선(初禪)의 경지에 들었다고 한다. 태자가 자비심으로 세상을 고통 속에서 구원할 길을 찾아 선정에 들었을 때, 이를 지켜 본 정반왕은 아시타 선인의 "출가하여 수행하면 부처님이 도리 것이다."라는 예언을 떠올리며 오히려 태자를 세상과 더울 멀어지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더욱 생활을 즐겁고 호화스럽게 보살펴서 출가의 길을 미연에 막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태자의 가슴속에 자리한 고뇌는 깊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성년이 도니 태자는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살피기 위해 부왕 몰래 성문 밖으로 유람을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동문, 남문, 서문에서 각각 늙고, 병들고, 죽은 사람을 보게 도니 것이다. 경전은 그 때의 심정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났다가 결국은 늙고 병들어 죽고 마는 것. 어머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버님도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이 세상에 태어난 자가 필연적으로 겪는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 아아, 인생은 허무하고 괴로운 것이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수렁이 앞에 막아 서 있다."
생명을 가지 어떤 것도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번민하던 싯달타 태자는 다음 날 북문으로 나갔다가 출가 수행자를 발견했다. 수행자의 얼굴은 여유 있고 평화스럽게 보였다. 그의 눈에는 깊은 사색으로 지혜가 담겨 있었다. 싯달타 태자는 수레를 멈추었다.
"그대는 누구시오. 무엇 하는 사람이요. 나는 당신처럼 평화스러운 사람을 본 적이 없소."
"예. 저는 출가 사문입니다. 사문이란 가정을 떠나 세상의 잡된 일을 모두 잊고. 오직 인간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진리를 찾아서 수행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왕궁의 영화와 권세, 향락과 사치 그리고 어떤 학문과 종교에서도 생로병사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지 못했던 태자는 출가 수행자에게서 그 길을 찾았던 것이다. 이것을 사문유관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환희에 찬 태자는 그 후부터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사유를 하기 시작하였다.
- 출처 불교입문 종계종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