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수행방법(화두참구1)
화두란 말머리 즉, 말 나오기 이전자리 개념과 관념이 붙지 않은 진리의 당체를 찾아가는 관문으로써 불입문자. 언어도단의 선의 진수를 그대로 간직한 언어아닌 언어이다.
자체를 전면적으로 수행자의 面前에 들이대어 바로 볼 것을 촉구하는 이 수행의 과제 '佛祖의 言句'를 화두(話頭) 또는 공안(公案)이라 한다. 공안이란 본래 관청의 공문서란 의미를 갖는 말인데, 범치 못할 확실한 법칙이라는 뜻이 있다. 그 법칙을 바로 아는데서 살아있는 진리가 드러나는 것이다.
화두는 그 본질이 불조(佛祖)의 깨달음 자체이므로 이러한 성격의 연구는 범부의 생각이나 말로써 어림될 수가 없다. 그러나 거기에 분명히 자신의 眞面目을 밝혀 낼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두를 불조관문(佛祖關門)이라고도 한다.
화두는 대개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이나 언동으로 구성되는데, 다음에 몇 개의 공안을 들어본다. 혜능대사가 하루는 대중에게 말하기를 "나에게 한 물건이 있으니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고 이름도 없고 앞도 없고 뒤도 없다. 밝기로는 태양보다 밝고 어둡기로는 칠흑보다 더하니 대중은 이것을 알겠는가"하였다. "이것이 무엇인가." 시심마(是心磨)로 불리우는 화두다. 또 어떤 스님이 조주(趙州)선사에게 묻기를 "개에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없느니라[無]"하였다. 이것이 바로 무자(無字)화두이다.
조사공안이 1천7백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공안들이 자신의 문제로 와 닿지 않을 때는 결코 화두로써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화두참구에는 사구와 활구가 있다. 죽은 말이 아닌 살아있는 말, 즉, 물러설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절대절명의 자기 문제로 다가 왔을 때 화두가 되는 것이다. 수행자가 수행을 하다가 무언가에 콱 막힌 듯하고 더 뚫고 나가지 못할 때 스승이 제자에게 격외도리(格外道理)를 거량하여 의심을 돈발(頓發)시켜 주어 미망을 한 순간에 벗어버리게 하는 것이 바로 화두(話頭)이다. 이러한 과정을 병아리가 부화될 때 어미가 껍질을 한번 쪼아 주어 병아리가 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비유하여 '졸탁치기'라고 한다.
공안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천목중봉스님(1263~1323, 남송말 원초 스님. 임제종 양기파.)의 말씀은 너무도 정확하게 공안의 의미와 기능을 밝히고 있다.
공안이라고 한 것은 관청에 있는 문서에다 비유해서 말한 것입니다. 국가에는 법령이 있어야만 왕도정치가 제대로 실현되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공이란 훌륭한 도를 깨달아 세상 사람들에게 그 길을 모두 함께 가도록 하는 지극한 가르침이며, 안이란 성현들께서 그 도를 수행하는 바른 방법을 기록한 것입니다.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자라면 누구든지 관청을 설립하지 않을 수가 없고, 관청이 설치되면 자연히 그것을 운영하는 법령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른 이치를 받아들여 법령을 만들고, 바르지 못한 것들을 박멸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공안이 시행되면 바른 법령이 통용되고, 바른 법령이 통용되면 천하의 기강이 바로잡히고, 기강이 바로잡히면 왕도정치가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과 조사들이 깨우치게 된 계기를 공안이라 이름 붙인 이유도 역시 위와 같은 뜻에서 그랬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 사람의 억지주장이 아니라 신령스런 근원에 딱 들어맞고, 묘지에 계합하여, 생사의 굴레를 타파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안은 언어나 문자로 따지는 것을 초월하며, 이것은 시방삼세의 수많은 보살과 함께 똑같이 지니고 있는 아주 묘한 도리입니다. 그것은 생각이나 이치로 알 수도 없으며, 언어로 전할 수도 없으며, 문자로써 설명할 수도 없으며, 알음알이로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오직 마음을 깨달은 사람이라야지만 알 수 있는 도리입니다, 정말로 사람들에게 사량분별이나 증진시키고 그저 이야깃거리의 밑천이나 삼으려고 공안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공(公)이란 뜻은 개개인의 주관적인 주장을 개입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며, 안(案)이란 뜻은 기필코 불조의 깨달음과 동일하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안이 풀리면 번뇌의 알음알이가 사라지고, 번뇌의 알음알이가 사라지면 생사의 굴레가 공(空)해지면 불도를 이룰 수 있습니다.
공안인란 바로 번뇌망상의 어둠을 밝혀주는 지혜의 횃불이며, 보고 듣는 것에 얽매인 결박을 끊어버리는 날카로운 칼날입니다. 그런가 하면 공안이란 번뇌의 뿌리를 끊어버리는 날카로운 도끼이며, 성인과 범부를 가려내는 신령스러운 거울입니다. 조사들의 본뜻이 공안 때문에 분명하게 밝아지고, 부처님의 마음이 공안 때문에 드러납니다. 번뇌를 말끔히 털어버리고 불조의 혜명을 드러내는 데에 이 공안보다 더 좋은 길잡이는 없습니다. 이른바 공안이란 법을 아는 자만이 두려워 할 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 근처에 어른거리지도 못합니다.